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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과대포장된 독특한 블록버스터 오늘의영화


대단하지만 놀랍지는 않은 영화 <인셉션>



사람들은 대학을 나눌 때 흔히 1류대부터 3류대까지 나눈다. 근데 흔히 3류대라 지칭되는 대학 밑으로 몇 개의 대학이 있는 줄 아는가? 적어도 300개 이상의 대학이 3류대보다 훨씬 못한 대접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인도의 신분(카스트제도)을 흔히 네 개라고 생각한다. 브라만, 크샤트라마, 바이샤, 수드라가 그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네가지 신분 밑에 명칭조차 없는 불가촉천민이 존재한다. 상당수의 인도 원주민들은 이 네 가지 신분에 속하지도 못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흔히 통용되는 별반개부터 별다섯개까지 10가지 그레이드로 나누기에는 영화에는 무수히 많은 단계가 존재한다. 물론 대부분의 영화들은 별점을 주는 것조차 민망한 작품들이다.

 

이제부터 내가 인셉션에 대해 다소 박한 평가를 내리더라도 그것은 인셉션을 두사부일체나 조폭마누라 따위의 영화와 비교해서 한 소리가 아님을 알아주기 바란다. 마치 전교 1등이 한 과목을 80점 맞았을 때 느끼는 심정이랑 비슷한 것이니..



상상을 비쥬얼로 이만큼 표현해냈다는 것은 인셉션 장점!



며칠 전 인셉션이 개봉하고 영화 관련 포스팅의 상당수가 인셉션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을 때, 또 그 포스팅 중 상당수가 “상상력의 극치” “영화예술의 극치”인양 찬양했을 때,

 

난 정말이지 드뎌 별 다섯 개로도 표현하기 힘든 영화가,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킹 오브 더 킹이 만들어진건가라는 약간의 기대감을 가졌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생각이 더 크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경험한 인셉션은 내 기대보다도 살짝 못 미치는 영화였다.


많은 사람들은 인셉션을 두고, 영화가 의도하는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인셉션을 반대하는 측이든 인셉션을 찬양하는 측이든 크리스토퍼 놀란이 대단한 메시지를 인셉션에 숨겨두었다는 데는 동의한다.

 


다만 찬반 양론이 갈리는 것은 한쪽은 메시지를 뿌리는 솜씨가 너무 고차원적이라서 이를 저평가하는 것은 자신이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이라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입장이고, 다른쪽은 영화 자체가 잘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단지 난해한척 하는 영화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난 이 양쪽의 의견에 전제부터 반대하는 쪽이다. 인셉션은 고차원적인 얘기를 하는 영화가 아니며, 그 뿌려놓은 솜씨가 매우 정교해서라기보다는 불친절하게 서술하기 때문에 난해하다는 느낌(실제로 난해한 것이 아니라 느낌상으로만)을 받는 것뿐이라고 본다.


영화적 상징들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관객이라면 어렵지 않게 감독이 표현하고자한 것들을 알아챘을 것이라 확신한다.(물론 이런 수준의 관객이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셉션이 이보다 더 친절해지게 되면 영화 전체가 너무 설명조가 돼 버릴 위험이 있다.(실제 인셉션에는 영화적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듯한 대사나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 이상 설명해주는 것은 영화적으로 과잉이다.)

 

이제와서 인셉션의 각 씬이 의미하는 것을 일일이 풀어내고 싶지도 않거니와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다만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인셉션은 죄책감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일뿐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기 위해 마지막 코브의 로템인 주사위가 결국 쓰러졌는지 쓰러지지 않았는지(나는 쓰러지지 않았다고 본다.)는 전혀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인셉션>은 '코브'의 죄책감에 대해서 다루고 있을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도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인셉션은 너무나 많은 장치들을 통해 노골적으로 이것이 코브의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죄책감에서 비롯된 이야기임을 밝히고 있다. 결혼기념일 아내와의 만남이 예정된 호텔 방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의 B를 눌러야 한다는 것이나, 이 모든 것이 꿈임을 보여주기 위해 반복적으로 유리잔을 밟는 모습을 보여준다든가, 아이들과 맬이 계속 나타나 마치 관객들에게 제발 알아달라고 하듯이 “늙을 때까지 같이 있어준댔자나~~”라고 눈물 질질 짜면서 호소하는 것까지 알아채기 싫어도 이게 코브의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호기심 많고 짱구 굴리기 좋아하는 관객들은 내러티브적인 진실찾기 게임에 계속 몰두할테지만... 사실 복잡한 퍼즐맞추기식의 내러티브만을 놓고 본다면 쏘우나 큐브 등의 영화가 훨씬 정교하며,, 반전이 주는 쾌감은 식스센스를 따라가기엔 벅차고 말할 수 없는 비밀에도 살짝 밀리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셉션을 특별하게 착각하도록 하는가.

 

그것은 인셉션이 최초로 퍼즐맞추기를 시도하는 블록버스터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흔히 뭔가 복잡해 보이는 게 있으면 그걸 대단하다고 평가한다.

 

악기를 연주할 때도 빠른 손놀림을 보이면 테크닉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볼 때도 격렬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예를 들면 이끼에서 덕만이 미친척 횡설수설하는 장면 같은 것)을 보면 연기 킹왕짱 잘하는구나 착각한다.

 

 

하지만 프로연주가는 평범해보이는 손놀림 속에서 디테일한 음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고급한 것임을 알며, 연기자들은 박신양이나 설경구 류의 소리지르고 울부짖는 연기보다, 미묘한 디테일로 분위기를 잡아내는 것이 훨씬 고급한 연기임을 안다.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은 영화를 볼 때 대단한 짱구를 굴리게 만드는 영화(쏘우, 식스센스 등)를 보면 고급 예술이라 착각하며 천재적이라 추켜세운다. 게다가 2012급 비쥬얼까지 표현해냈으니 영화팬들에게 인셉션이 얼마나 위대한 영화로 보일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셉션의 플롯은 쏘우, 메멘토, 식스센스에 못미치며 주제의식은 다크나이트조차도 넘어서지 못한다.

 

"실은 저보다 제 동생이 더 천재입니다." <인셉션>은 조나단 놀란이 쓴 <다크나이트>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셉션의 가장 큰 장점은 블록버스터와 퍼즐맞추기를 성공적으로 결합시키고 있으며 그것의 융합정도나 영화적 표현의 수준은 가히 최고라 불릴만 했다. 또, 단지 발상에 그칠 수 있는 영화적 소재를 훌륭히 현실로 표현해낸 놀란의 연출력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하지만 단지 그거다. 인셉션은 놀라운 영화적 완성도와 재미를 갖췄지만 대중적으로는 아바타나 타이타닉, 다크나이트에 미치지 못하고, 예술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그저그런 평범한(여기서 평범하다는 것은 정말 쓰레기들을 제외한 영화들 중에서) 영화가 되고 말았다.

 

내가 보는 인셉션의 별점은 다크나이트와 같은 별 네 개지만..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볼 때 다크나이트를 넘어서지 못한 별 네 개에 불과하다.

 

 

PS. 리뷰들을 보면서 잠시 쫄았었다. 영화사상 최고의 대중영화가 탄생하는 것인가. 그동안 누구도 못해낸 일을 놀란이 해내는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보고나니 안심이 된다. 아직까지는 예술적으로 뛰어난 블록버스터는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최근 전세계에서 가장 흥미롭고 가장 뛰어난 대중영화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이라고 생각하며,, 그보다 더 위대한 사람은 메멘토 원작과 다크나이트의 각본을 쓴 조나단 놀란이라고 본다.

 
PS. 솔까.. 이끼따윈 도전장을 내밀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이끼는 국가대표부터 꺾구와!)

PS.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셉션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있는 분들은 댓글로 질문을 해주시라.. 힘닿는데까지 설명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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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셉션 2010/07/25 23:01 #

    -으허허 의뢰자가 라즈알굴(간판)이야! 표적이 스케어크로우야! 주인공 장인어른이 알프레드야! 꿈 디자이너가 키티 프라이드야! ...요런 식으로 배우장난을 즐기며 웃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그냥 봐도 충분히 재미있다. 특히 모든 이야기의 핵심을 쥐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베일에 싸인 과거 때문에 그걸 모두 망쳐버릴 수 있는 위험요소도 스스로 갖추고 있는 주인공이 꽤 흥미로운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물오른 연기가 그점을 더욱 더 ...... more

덧글

  • 2010/07/25 22:44 # 삭제 답글


    질문해도 된다니 염치불구하고 질문할께요. 너무 궁금해서...

    초반부 젊은 사이토가 코브를 오디션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사실강 영화내 설정들을 설명하는 부분이죠. 그 부분에서 설계자인 아서가 죽으면서 꿈이 붕괴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중에(혹은 맨 처음에) 코브가 늙은 사이토를 만날 때와 위에서 말한 젊은 사이토의 비밀을 빼내기 위해 싸우는 부분의 인테리어가 비슷하다는 겁니다. 제가 잘못 본것인가요?

    요약하자면 어째서 늙은 사이토를 만날때 아서가 설계한 것이 아닌데도 아서가 설계한 것과 비슷한 인테리어인가 하는 겁니다.
  • 전설 2010/07/25 23:02 #

    저는 인셉션의 반전을 이렇게 봅니다.
    관객들은 영화 흐름내내 코브가 장인을 만나고 아드리아네 등 사람들을 모아 인셉션을 시도하는 것을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코브의 꿈이라는 것이 마지막 장면이 암시하는 반전이라는 거죠.

    그 증거로, 인셉션을 시도할 때, 그것은 피셔의 꿈이며 설계자는 아드리아네인데도,, 무의식(주변 사람들)들은 피셔를 공격합니다. 또 코브의 무의식에 살고 있는 맬과 자식들이 계속 등장하죠. 유리잔이 처음 깨지는 장면은 아드리아네가 코브의 꿈에 들어가는 장면인데.. 나중에 코브가 현실이라고 주장하는(맬의 자살장면)에서도 코브가 유리잔을 밟아 깨뜨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피셔의 꿈이라고 주장하는 인셉션 과정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등장하죠.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인셉션 공간은 피셔의 꿈이 아니라 코브의 꿈이라는 것이며,, 그렇다면 애초에 인셉션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현실 자체가 꿈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장인은 현실의 코브에게(실제로는 꿈인) "그만 현실로 돌아가게"라고 말하죠.

    따라서 초반부부터 마지막까지 영화는 단 한번도 현실의 영역으로 나오지 않습니다.그렇기 때문에(모두 코브의 꿈이기때문에) 비슷한 인테리어인 것이죠.
  • 폐강과목 2010/07/26 13:50 # 답글

    저도 인셉션에서 죄책감 이라는 감성적인/감정적인 부분을 잘 느낄수 있을때, 이영화를 재밌게 볼수 있을거 같다고 느꼈습니다.
  • 아마르고 2010/08/23 11:16 # 답글

    질문을 할 기회를 주셔서 써보네요. 못보고 있다 결구 이번 주말에 봤거든요. 다른 것들은 다른 사람들이 무슨 공략이라면서 다 설명해 주시는데 유독히 제가 가장 의구심이 들던 부분을 아무도 커맨트를 안해서요. 첫번째 꿈에서 차가 무중력상태인 순간이 길게 10초라고 쳐도 그 무중력상태에서 방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엘리베이터에 넣고 폭발을 설치하는 시간이 결국 200초정도인데 아서는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것 같거든요. 나머지는 설정에서의 구멍이라고 처도 아서가 밑에방에서 폭발물을 때고 사람들을 감고 옮기고 설치하는 시간이 삼분이라는 설정은 확실한데 삼분을 너무 잘 활용한건지 그냥 술술넘어간건지 모르겠네요. 전설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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